요한복음 7:53-8:11절의 핵심 메시지는 7장과 8장에서 벌어지는 예루살렘의 종교지도자들과 예수님간의 첨예한 갈등의 한 단면(예증, or illustration)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후대에 삽입된 본문으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우리들은 7장과 8장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든 사건으로 오늘 본문을 읽었습니다.
감람산에서 밤을 보내신 예수님께서 새벽부터 성전에 앉아서 가르치셨습니다. 사람들이 나온 것으로 보아서 예수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는 시점입니다. 그때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끌고 와서 무리들 한 가운데 세웠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향해서 “모세의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라고 질문합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지 않고 땅에 무엇인가 쓰셨습니다. 하지만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의
질문은 계속됩니다. 목청이 컸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압박했을 것입니다.
이 모든 상황 한 가운데 한 여인이 서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일어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다시 몸을 굽히시고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십니다.
무엇을 쓰셨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예레미야 17:13절을 연상시킨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양심의 가책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집니다. 대단한 위엄이요 존재감입니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씀과 땅에 쓰신 글씨의 위력은 예수님을 고소할 꺼리를 찾으려던 사람들의 입을 막았고
발길을 돌리게 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가 본문의 핵심메시지입니다. 이 정도라면 7장과 8장을 이어주는 사건으로 역할을 다한
셈입니다. 이름도 없는 여인은 본문에서 말 그대로 엑스트라일 뿐입니다. 군대용어로 교보재(교육용 샘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본문은 한숨도 쉬지 않고 예수님과 여인에게 초점을 맞춥니다.:”그들이 이 말씀을
듣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씩 하나씩 나가고 오직 예수와 그 가운데 섰는 여자만 남았더라.”(8:9)
예수님은 여전히 몸을 굽혀 앉아 있었고 여인은 서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모두 떠났습니다. 예수님께서 몸을 일으켜서 여자와 자신만 있는 것을 확인하시고
여자에게 물으십니다.:”너를 고발하던 사람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사람이 없었느냐?” “주님! 아무도 없습니다(아무도 저를 정죄하지 않았습니다)” 그 여인이 대답하지요.
그때 예수님께서 여인의 존재를 흔드는, 여인의 행위 깊은 곳을 푹—찌르는 그렇지만 거기서 용서와 사랑을 맛보는 말씀을 하십니다.:”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한다.” “가라. 이제부터 다시
죄를 짓지 말라”(11절). 논쟁의 한 가운데 군상처럼 서 있던 여인!
간음하다가 잡혀온 여인! 돌에 맞아 마땅한 여인! – 예수님께서 이 여인을 지나치지 않으셨습니다. 본문의 전후 문맥을 보면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여인이지만 예수님은 이 여인을 챙기고 넘어가십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한다” – 여인에게 자유의 기쁜 소식이었을 것입니다. 이 한 마디에 여인은 녹아 내리기에 충분했을 것입니다.
“가라!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 – 여인에게
새로운 삶이 열렸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습니다. “죄가 용서의 빛 안에 드러날 때 그 죄는 우리를 호되게 꾸짖는다”(Karl Barth) 동시에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자비는 하나님 쪽으로의 삶을 요구한다”(Bearsley-Murray).
예루살렘 지도자들과의 긴장이 계속되는 그 순간, 한 생명에게 관심을 기울이시고 이름 모를 여인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주신 예수님의 배려 그리고 사랑과 용서가 요한복음
7:53-8:11절을 공부한 우리 모두의 마음 깊은 곳에도 울려 퍼지길 원합니다. –河-
감사합니다. 목사님.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는 말씀이 강하게 남습니다.
답글삭제저는, 말씀을 녹음파일로 들어야겠네요 :)
답글삭제귀한 나눔 감사합니다.